http://pgr21.com/?b=8&n=36589 <- '종교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자세-1 (+기독인들을 위한 투표 체크리스트)'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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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이 주제에 대하여 제가 했던 고민을 정리해서 말해보겠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미리 요약을 해보자면
- 신앙은 삶과 별개가 아니다. 정치도 삶과 별개가 아니다.
--> 참된 신앙인이라면 정치를 피하지 말고 오히려 정치에 매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정치를 보는 기준은 신앙과 분리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매우 신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성경의 가르침을 더욱 탐구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각 정치적 이슈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바른 자세다.
- 개신교인의 정치 참여는 '개신교 (이익) 집단'으로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적 신념을 가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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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지겨우실 수도 있겠지만 ^^; 제 이야기를 잠시 풀어 보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개신교인입니다. 그것도 아주 진성 개신교인입니다.
보수적인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나 교회와 가정에서 개신교적 문화를 가까이 접하며 자라났습니다.
특히 대학시절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고 선배들이 이미 했던 고민의 결과들도 듣고 하면서 많은 신앙적 고민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고민들의 방향성과 결론은 모두 이것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b>[신앙과 삶의 일원화]</b>
예수 신앙과 일상의 삶이 전혀 별개가 아니고, 오히려 성경은 일상의 삶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살아내며 살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사실 그 전에도 교회에서 그렇게 배우기는 했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냥 추상적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성경을 보고 책도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하며 <b>삶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신앙적 고민들</b>을 쌓아 갔습니다.
저는 이공계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제가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습니다. (단순히 창조론 vs 진화론 이런 거 말고)
또한 ('다윗의 막장'을 키워낸)기독교 밴드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b>'정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b>하는 고민은 거의 하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b>'정치와 관련된 신앙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동기'</b>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 공대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은데) 제 주변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저와는 동떨어진 주제로 보였는데,
더군다나 당장 해야 하는 학업도 만만치 않았고 정치 외의 다른 고민들을 하기에도 제 머리는 충분히 한계였거든요.^^;
07년도 대선 때까지도 '도저히 다른 걸 생각할 여력이 없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그 때까지의 성향대로라면 별 생각 없이 이명박 후보를 찍었겠지만, 그 때는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흐흐)
그 뒤로 몇 년이 지나며 여러 개인적인 계기들을 통해 <b>정치가 현실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b>이 있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었고,
곧이어 <b>정치에 대해서도 신앙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b>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정치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치에 대한 신앙적 고민을 하는 데 있어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학에 대한 고민을 할 때도,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할 때도, 신비주의에 대한 고민을 할 때에도
제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열의를 가지고 찾고자 했다면 찾지 못할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고민은 고작 '필요성을 어렴풋하게 느낀' 정도였지, '흥미도, 열의도' 별로 없었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b>'개신교 사회 안에서 정치에 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b>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와 종교는 별개이다'라는 의식이 각자의 머리 속에 은연 중에 박혀 있었고,
또 굳이 신앙인들끼리 정치 이야기를 하며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그 외에도 할 이야기는 많았으니까요)
정치와 관련된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눌 기회도 없었고, 저도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b>그 돌파구가 된 것은 의외로 이곳, PGR21이었습니다. </b>
뻔질나게 들어오는 PGR은 언제나 정치 이야기로 넘쳐 났고, 저는 PGR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이슈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들의 깊이 있는 고민이 담긴 글들을 눈팅하며 정치에 대해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정치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쌓이기 시작한 이후로는 토론에 참여해보기도 하며 생각들을 다져 갔습니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예전에 진짜 쥐뿔도 모를 때의 제 리플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간곡히 부탁합니다. 부디 기억에서 지워 주세요.ㅠㅠ 떠올려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그리고 주변에 PGR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는지, 주변 사람들과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b>'내가 신앙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가치관들과 판단 기준들이
정치에 대해 고민할 때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는 것'</b>이었습니다.
분명히 많은 정치 이슈들은 내가 평소에 접하고 경험하고 고민하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주제들이 '정치'라는 옷을 입고 제 앞에 나타나면 저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나는 양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제 고민의 형태는 바뀌었습니다. 정치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기준들과 생각들을 뒤로 하고
<b>'어떤 것이 더욱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 '어떤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나의 양심에 부합하는지'</b>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일단 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작업이었을뿐더러,
제가 지금까지 내리던 것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기 떄문입니다. 예를 들면...
<b>저는 정치에 있어서 주로 '국가의 성장'이나 '개인의 사적 권리의 정당한 행사와 사적 이익의 정당한 추구' 등의 가치에 익숙했지만,
제가 이해하고 있는 성경은 '나눔'과 '공생',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고 있었고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그 가치에 완전히 동의하고 삶에서 최대한 그 가치를 구현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정작 정치에서는 '왠지' 자꾸만 다른 가치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습관의 힘, 관성의 위력이라는 게 이런 것이겠죠.
아무튼, 그 작업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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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책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의 대표저자인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정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더라구요.
'정치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원칙과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수를 따르는 자들'인 저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보여주신 가치들, 성경에서 가르치는 가치들이 이 땅에서 구현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 또한 각자의 가치관과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은
아마도 <b>이 나라가 '자신이 상상하고 바라는 그 모습'이 되어 갈 것</b>을 기대하고 계실 겁니다.
그 가치들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그 가치대로 살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의 선의를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b>당장 나 자신부터도 내가 믿고 있는 가치대로 충분히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까요.</b>
그럴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b>'나와 함께 이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 살아가며 지키기로 하는 그 원칙'</b>이 내가 믿고 있는 신념에 부합하게 되는 것,
즉, 바꿔 말해서 <b>정치의 영역에서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동의를 얻고 받아들여지는 것</b>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종교인들, 그리고 저마다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b>그 신념을 기준으로</b> 정치를 바라보고, <b>그 신념을 최대한 구현하는 방향으로</b>정치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b>'종교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자세'</b>에 대해 고민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이 당연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렵던지, 게다가 이 당연한 결론을 실천하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렵던지... 아직도 고생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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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지만, 아마도 제가 이 과정 가운데서 고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b>종교 공동체 안에서 정치를 터부시하고, 정치에 대하여 교육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b>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회는 성도들에게 <b>'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b>에 대해 바르게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b>[신앙과 삶의 일원화]</b>를 추구하고 '삶의 문제와 정치의 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가르쳐서
궁극적으로 <b>'정치 문제를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b>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b>'교계 지도자가 미리 결론을 내려서 성도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 스스로가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각각의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한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b> 도와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b>'개신교'라는 종교가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b>
성경에서 가르치는 가치는 <b>'개신교인들의 수가 불어나고 개신교계가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b>과 무관하고,
오히려 성경은 나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기보다 이웃과 이 사회에 내 것을 나누고 베풀며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교회나 세력이 큰 개신교 집단이 개신교계 내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독점하고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역시 각 성도들이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고민하고 결정할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b>한국 교회는 자신들이 집단적으로 정치에 대해 발언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자제하고</b>
대신 성도들에게 '스스로 신앙적 관점을 가지고 정치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참여할 것'을 권하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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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개신교인 정치인 중 가장 핫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치려고 합니다. 바로 <b>'김용민 후보'</b>입니다.
저는 김용민 후보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의 화법이 익숙하지 않고 그의 행동방식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에 대해 한 가지 기대를 품게 되는 이유는, 그가 저와 비슷한 '신앙인의 양심'을 가지고,
이 땅에 <b>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가치들을 구현해 가기 위하여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고</b>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그냥 좋지 않게 보고 넘어갔을 법한 그의 행동들도 한 번 더 다시 보게 되곤 합니다.
그가 비기독교인들과, 심지어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고 정치적인 연합을 하는 것도,
결국 이것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신교라는 종교집단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b>저는 저에게 정말로 익숙하지 않은 김용민 후보가 참 고맙습니다. </b>
저는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그는 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는 저에게 정치에 대한, 신앙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많은 힌트들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더욱더 정치에 대한 고민을 쌓고,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참여와 실천을 해내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회인들에게 힌트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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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뤄 본 적이 없는 주제로 긴 글을 쓰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은 특히 더욱더 부끄럽네요.
(게다가 글을 올리기로 한 시한인 12시도 넘겨 버렸습니다.ㅠㅠ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역시 선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네요. 어헣어헣)
오늘은 드디어 총선날입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각자의 신념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여 내일 선거를 치뤄냅시다.^^
p.s 요즘 제 상황과 마음에 예기치 못한 여유가 며칠간 생겼는데, 마침 총선 시즌이라 정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고민에 PGR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GR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앍하앍. 아마 다음 주부터는 다시 여유가 없어질테니 다시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겠네요.ㅠ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여유의 거의 마지막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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