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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m Deo

종교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자세-1 (+개신교인들을 위한 투표 체크리스트)

(이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버닝되기 극히 쉬운 '종교'라는 주제와 '정치'라는 주제를 한 몸에 담고 있는 글이니까요.
하지만 정치 성향에 무관하게, 그리고 특정 종교의 이해관계에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용기를 내서 올려 봅니다. 부디 엄하게 버닝되지 않고 건전한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기호 10번 기독자유민주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작년에 보수성향 목회자들과 정치인들이 모여 창당하고 이번 총선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이고,
한국의 개신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며 개신교인들에게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 당 자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 당과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홈페이지 : http://trusti.kr/ )이라는 단체에서 내놓은 성명이 그것이었습니다.
(참고로 기윤실은 80년대 말에 시작되었고, 80년대 말에 '공명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작년부터 '한기총 해체운동'을 주도해오는 등,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 좋은 대답들을 제시해주는 고마운 단체입니다.)

[성명]'일부 기독교 단체나 교회의 “묻지마 투표” 주장을 중단해 주십시오' (http://trusti.tistory.com/761 )
링크에 가보시면 자세한 이야기를 보실 수 있지만, 요는 
'특정 후보나 정당이 기독교 계열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말아 달라'라는 내용입니다.
기윤실은 이 성명 발표와 함께 서명운동도 진행했고 다양한 기독인들과 교회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도 이 성명에 크게 동의하여 서명운동에 동참하였습니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기독교 정당/기독교 인사에게 표를 주는 행위는 이 시대상에도 어울리지 않고, 
심지어 (제가 가진 믿음대로라면) 성경적이지도 않으며 하나님도 그런 식의 선거활동을 원치 않으신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제 느낌만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성경적, 신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결론이지만 
여기서 길게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줄입니다.^^;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리플에서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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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종교의 연고에 기대는' 정치 참여는 참된 기독교인이라면 피해야 하는 행위라는 것은 나름 명백해보입니다.
(그리고 아마 다른 종교인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아니고,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식이 아닌 건 아닌 거고, 그렇다면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정치참여를 해야 할까?'

작년부터는 특히 그 고민을 많이 해왔고, 이번 총선은 그 고민들을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고민한 것들은 다음 글에서 풀어 보겠습니다. (원래는 한 글에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 글이 너무 정신 없을 것 같네요.)
대신 이 글에서는 제가 그 고민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 읽은 책과 자료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김선욱 외 지음, IVP, 2012)
선거의 해를 맞아, 위에서 소개해드린 기윤실이라는 단체에서 기독교 출판사 하나와 손잡고
'개신교인들을 위한 건강한 정치 참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나온 결과물입니다.

한국교회는 정치와 종교가 가까이 하면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치에 대한 교육에 많이 힘을 쓰지 않았고,
그 틈을 타서 특정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일부의 교회/개신교 단체/개신교 인사들이 정치에 대한 개신교의 이슈를 독점하여
위에서 나온 것과 같이 전혀 성경적이지 않고 심지어 반성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참여를 주장해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우려하여 '성경에서는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재조명하여
한국교회 성도들이 올바른 관점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추천인들이 나름 화려합니다. 띠지에 나온 추천인들만 보면,
우선 최근 화제의 중심인 목아돼 '김용민 후보'가 이 책을 추천했구요, 
그 외에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 민주통합당 '이인영 후보', 진보신당 '김상봉 전남대 교수'
그리고 김용민 후보가 출석하는 지구촌교회(참고로 제 모교회이기도 합니다.) '이동원 목사'
기윤실 설립멤버이자 현재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봉호 서울대 교수'(한기총 해체운동을 가장 앞장서서 주도하였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추천인들을 보면 특정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보편적이고 균형 있는 가치를 담아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정치철학 전공)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성경은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가치들을 가르치고 있고, 그것은 어떤 한 가지 정치 성향이나 이념이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정책, 어떤 정치 이념이 성경적인지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는 이러한 가르침이 충분치 못했고, 일부 목회자들과 개신교 단체들이 부당하게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키워 가려 한다면 신앙은 왜곡되고 사회는 교란된다. 목회자들은 신자들이 선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정치적인 성향을 정해주지 말고) 길을 열어 주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기독교적 가치의 정치적 의미를 잘 생각하며 신앙과 정치 사이의 가까운 거리를 견지해야 한다.'

이 책의 주장대로, 성경의 가르침은 특정 정치 이념과 해석이 독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고, 역으로 말해서 이 책도 성경의 가르침을 다 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개신교인들이 이런 식으로 성경에 근거하여 정치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윤실과 IVP(이 책의 출판사)가 이 책을 출간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토대로 만들어 배포한 
투표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그리스도인들은 내일 선거 전에 한 번 검토해보세요.^^
(비그리스도인 분들도 흥미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나름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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