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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m Deo

[칼럼]"주기도문 - 기도 = 주문"

[칼럼]"주기도문 - 기도 = 주문" 
(='주기도문'에서 '기도'가 빠지면 '주문'이 됩니다.)

1. 기독인들 주변에는 '주기도문 하다' , 심지어는 '주기도문 외우다'라는 표현이 관례처럼 퍼져 있습니다.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꺼리는 표현입니다.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라고 하시며 주신 '기도문'이지, 읊조리거나 암송하라고 주신 '주문'이나 '암송문'이 아닙니다.

2. 예배모임이나 기도모임을 주기도문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있고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주기도문이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습관에 따라 그냥 줄줄 암송하는 정도에 그치기 십상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사실상 '기도'라기보다는 그저 '각종 모임 마칠 때 거치는 통과 의례/

의식'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3.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떤 모임을 인도하다가 주기도문으로 마무리하게되면 '주기도문 하시겠습니다'라든지 '주기도문 외우시겠습니다'라는 식의 표현을 쓰지 않고, 되도록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 기도하시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긴 글과 말로 강조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모임 때마다 반복해서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예배인도자로서 회중/참석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서 습관성에 서 깨어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최소한의 노력(혹은 몸부림?)입니다. (사실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는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도 주님만이 아시겠죠.ㅋ_ㅋ;)

4. 제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은, 물론 저도 습관에 따라 주기도문을 주문처럼 외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주기도문을 보고 묵상하고 공부해보니, 그냥 흘려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고백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5. 게다가 일부분 잘못 외우고 있기까지 했던 걸 알고 얼마나 부끄러웠던지요. 얼마나 생각없이 되뇌었으면 모태신앙이 대학생 될 때까지 잘못 외우고 있었을까요?ㅋ_ㅋ;

6. 여담이지만 혹시라도 저같은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 간단히 하나만 짚어 보자면, '나라에 임하옵시며'가 아니고 '나라이(=나라가) 임하옵시며'입니다.(= thy kingdom come) 즉,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좀 와달라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나라가 오실 것'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의미가 전혀 달라집니다.)

7. 아마 지금도 수많은 교회와 기독모임 장소에서 주기도문이 외워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수도 없이 반복되는 주기도문이 그냥 무의미하게 내뱉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진정한 기도로 고백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과 기대가 있습니다.

마무리. '주기도문'이라는 단어에서 '기도' 두 글자를 빼면 '주문'이 남습니다. 혹시 우리가 주기도문을 기도하는 마음 없이, 그저 주문처럼 외우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의 참 모델이고 아주 귀한 유산입니다. 주문처럼 습관적으로 되뇌이지만 말고, 그 뜻을 하나 하나 되새기며 '기도'로, 마음의 고백으로 하나님께 올려 드립시다.

p.s 퀴즈 하나. 주기도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개'는 과연 무슨 뜻일까요?ㅋ_ㅋ (이 역시 '대부분, usually, generally' 같은 뜻일 거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뜻입니다.ㅋ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