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전체가 상대성이론에 대한 서론과 같아서 이번 실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니, 실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건너 뛰셔도 됩니다.)
0. 오늘 아침...
그저께가 제 생일이었어서, 어제는 오랜만에 맘 편히 노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레알 피곤한 상태로 헤롱헤롱대고 있었는데, PGR에서 글 하나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글은 'CERN에서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입자의 운동을 관측했다'라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들은 하나 같이 '상대성이론이 무너지는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기사들을 읽으면서 제 머리 속에 든 생각은
'나의 상대성이론 짜응은 그렇지 않아!!!'였습니다.
1. 물리는 거의 다 끝났다?!
17세기는 아이작 뉴턴이라는 희대의 먼치킨이 혼자서 물리학계를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는 운동 3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미적분 등을 '만들어냈고',
그 외에도 광학, 열역학,
이영호나 장재호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밸런스 파괴자였던 그의 횡포에 감탄하던 물리학계는
이제 'F=ma'로 대표되는 물리법칙들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철학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계론이라든지, 환원주의라든지...)
그로부터 2세기 쯤 지난 19세기 말, 물리학계는 '이제 거의 다 됐다!'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진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현상들을 물리법칙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었거든요.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몇 가지만 보충해서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검거율 99%에 달하던 물리학자들이 아직 잡지 못했던 희대의 범죄자 중 가장 대표적인 놈이 '빛'이었습니다.
이 빛이라는 놈은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좀처럼 체포되지 않았고, 정말 여러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물리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범죄 목록을 몇 개 나열해보면...
(1). 특정 조건에 의해 빛이 물체에서 방출되는 현상(흑체복사)과, 반대로 빛이 금속에 부딪혀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광전효과)에서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대충은' 알겠는데, 막상 실험결과가 자꾸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와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2). '빛이란 이런 것이다'를 기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맥스웰 방정식'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뉴턴역학에 매우 심각하게 위배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 (이게 중요합니다.) 빛은 파동이니까 당연히 매질이 있을텐데, 우주 공간은 진공상태에 가까우니까 매질이랄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빛의 매질' 역할을 하는 어떤 물질('에테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이 우주를 채우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에테르'라는 가상의 물질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입증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마이켈슨과 몰리라는 사람들이 어떠한 실험('마이켈슨-몰리 실험'이라고 부릅니다)을 진행했는데,
문제는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실행했던 그 실험의 결과가 자꾸 에테르가 없는 것처럼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물리학자들이 빛이라는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사이, 어느덧 20세기가 되었습니다.
2. 1905년은 물리 기적의 해
그렇게 20세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던 1905년, 한 특허청 직원이 3개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3개의 논문은 각각이 이후의 물리학 역사를 바꿔 놓는 엄청난 물건들이었습니다.
한 편은 광전효과를 설명한 논문이었고 (이 논문은 양자역학의 태동에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업적으로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한 편은 브라운 운동을 설명한 논문이었고, (이 논문은 원자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작용했고, 나중에 복잡계 물리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다른 한 편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을 서술한 논문이었습니다. (상대성이론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한 해에 한 사람이 쓴 논문 3개가 이렇게 충공깽스럽게 후덜덜한 포스를 발휘했던지라 물리학계에서는 1905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릅니다.
(100년 뒤인 2005년이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되었습니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내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바로 '빛'입니다.
아인슈타인도 다른 물리학자들처럼 이 희대의 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데, 그 머리를 굴린 방식은 다른 물리학자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마도 그 차이가 아인슈타인과 일반 물리학자들의 차이겠죠.)
그렇게 빛에 대해서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어떠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고, 이 생각을 통해서 특수상대성이론을 유도해냅니다.
이 유도과정은 놀랍도록 간단해서, 심지어 물리전공이 아닌 사람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여기에 들어가는 수식은 '피타고라스 정리' 밖에 없습니다. 끄끄)
저를 포함한 수많은 물리학도들은 이 과정을'아름답다'라고 느낍니다.(정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크고)
그럼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상대성이론을 유도하게 되었는지를 2부에서 설명해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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